기독교

정신실 - 2019 신앙 사춘기

이니샬라 2020. 10. 3. 08:30

2차 대전 중 나치의 친위대 장교로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아돌프 아이히만(AdolfEichmann)이 I960년 5월 이스라엘 비밀 경찰에 체포되었다. 아이히만이 예루살렘 재판정에 섰을 때 사람들은 ‘인간의 얼굴을 한 악마’를 확인하고자 했을 것이다. 기대와 달리 그는 ‘괴물’이 아니었다. 아내를 사랑하고 자식을 끔찍이 아끼는 지극히 평범한 한 남자였다. 심지어 친위대에 들어간 것도 친구의 권유를 받아 마지 못해서 였단다. 이 재판을 지켜본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악의 평범성’을 말했다. 아이히만이 유대인 말살이라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것은 그가 타고난 악마였기 때문이 아니라 아무런 생각 없이 자신의 직무를 수행한 결과라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성실하고, (어쩌면 착하게) 엄청난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착하고 성실하더라도 ‘아무 생각 없음’, ‘사유와 성찰 부재’에서 악이 발생한다. 생각하지 않은 것이 죄이다. 내 행동과 말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지 않은 죄,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바 ‘무사유의 죄’이다.

p. 9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