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예측

구본권 - 2019 공부의 미래.

이니샬라 2020. 10. 6. 11:18

대학의 위기는 한국만의 상황도 아닙니다.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펴내는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Hanvard Business Review>는 2014년 "학위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기사를 실어 "대학 졸업장이 과거처럼 유용하지 않다"며 "사람을 학위로 평가하는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했습니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는 심지어 "2030년 전에 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보았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는 평생학습의 시대에, 대입 중심의 한국 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미래를 준비하게 하기보다 오히려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합니다. 한국 교육의 구조적 문제는 국가간 비교조사에서도 확인됩니다. 2012년 15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 PISA 수학 부문에서 한국 교육은 OECD 34개국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주당 수학 학습시간은 7시간 6분으로, 학습 효율성은 OECD 국가 중 꼴찌였습니다. 한국 교육은 단기간에 높은 성취를 이룩한 성공적 사례로 언급되지만, 내용을 보면 극심한 경쟁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원래 ‘비판적’이라는 뜻의 영어 critical은 그리스어 krinein에서 나왔습니다. 이는 “비평"을 뜻하는 critic이라는 단어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그리스어에서 krinein은 ‘정확하게 가르다, 식별하다, 판단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비판적 사고’는 주어진 지식이나 주장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그 지식과 주장이 참인지 거짓인지, 유용한지 무용한지를 주의 깊게 따지면서 생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비판’은 “현상이나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밝히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함”으로 풀이돼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비판적’이라는 말이 우리말에서 쓰일 때는 옳고 그름을 판단해 가린다는 의미보다,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비난한다는 의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는 의미보다 ‘삐딱하고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에 더 가깝게 쓰입니다. “그 사람은 매사에 비판적이야”라는 말에서 ‘모든 일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사고해 옳고 그름을 분간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이렇듯 일상에서 단어가 잘못 쓰임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 ‘비판적 사고’는 오해되고 있으며,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당한 평가인 비평과 비판이 자리 잡지 못하고 비난과 동일시되는 문화가 형성됐습니다. 영어에서는 critical이 비판적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중요한’, ‘결정적’이란 뜻도 지닙니다. 같은 의미를 지닌 단어가 문화권에 따라 다른 가치판단이 개입된 채 받아들여진 겁니다.

‘필터 버블filter bubble’은 인터넷의 맞춤형 서비스 때문에 객관적 사고가 어려워지고 왜곡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개념입니다. 사업자가 통제하는 정보와 이용자가 선호하는 정보 위주로 노출하고 이용하게 만들어 결국 이용자의 생각을 ‘거품의 막’에 갇히게 한다는 이론입니다.

‘에코 체임버echo chamber’는 ‘반향실’ 또는 ‘울림통’이라는 뜻의 단어인데,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이용자들이 성향과 선호가 비슷한 사람들과 집단을 이뤄 교류하게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좋아요’와 ‘추천’이 쏟아진 글은 다수의 의견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이는 정치적 신념이나 선호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는 공간의 특성상 특정 주장이 실제 여론보다 크게 증폭된 현상일 수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자신이 속한 일부 집단의 의견을 세상의 다수 의견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인식 오류를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사기성 정보나 가짜 뉴스에 쉽게 현혹되는 사람들의 사고구조는 이러한 사고의 오류에 더 취약합니다. 사람의 이러한 다양한 인지 편향과 오류 성향은 의식적으로 인지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누구나 편향되고 왜곡된 인식에 빠지기 쉽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