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원, 장성익 - 2021 이것은 변기가 아닙니다
모든 인간 활동은 뭔가를 사용하면서 이루어진다. 먹으려면 음식이 필요하고, 입으려면 옷이 필요하다. 일을 하려면 연장이 필요하고, 이동하려면 탈 것이 필요하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이 모든 것은 또한 쓰다 보면 쓸모가 다하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쓰레기로, 폐기물로 버려진다.
그래서 어쩌면 산다는 것 자체가 이런저런 온갖 종류의 폐기물들을 끝없이 만들어내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쓰레기 없는 생활이 오히려 상상하기 어렵다. 이는 달리 말하면 그 쓰레기들을 끊임없이 처리하며 살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것은 개인 차원에서도 그렇고, 한 사회나 전 지구 차원에서도 그러하다. 알다시피 이런 쓰레기가 오늘날 아주 심각하고도 중요한 문제로 떠올라 있다. 이는 세 가지 즉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양의 문제다. 집이든 공장이든 사람들이 생활하고 산업 활동 등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끊임 없이 버려진다. 산업화 시대에 이은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는 얼핏 폐기물이 줄어들 것이라 여기기 쉽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갈수록 늘어나는 폐기물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포장재 쓰레기가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환경부의 ‘전국 폐기물 통계 조사’(2017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년 동안 발생하는 생활쓰레기 가운데 약 40%가 포장재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한 해에만 국민 한 사람당 택배 이용 횟수가 53.8회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당장만 해도 코로나19 발생 이후 폭증한 포장재 쓰레기로 하치장마다 몸살을 앓는 현장을 목격하고 있잖은가. 지구 환경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사실이다.
두 번째는 질의 문제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쓰레기는 그 이전에 비해 성분 자체가 크게 바뀌었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을 비롯해 갖가지 해로운 화학물질 성분이 크게 늘어났다. 자연은 물론 인간에게도 큰 해악을 끼치는 독성물질을 쏟아내는 것이 오늘날 쓰레기 문제의 또 다른 중요한 특성이다.
세 번째는 물질 순환의 문제다. 본래 자연에는 쓰레기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모든 것이 순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자연생태계에서 동물의 배설물이나 생물의 사체는 그냥 쓸모 없이 버려지지 않는다. 이것들은 다시 흙으로 돌아가 대지에 영양분을 제공한다. 그럼으로써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 이쪽에선 얼핏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쪽에선 소중한 원료나 재료가 된다. 생산-소비-분해가 다시 생산으로 이어지며 끊임없이 돌고 도는 것이 자연의 물질 흐름 시스템이다.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화 등이 급격히 이루어지면서 이런 질서는 깨졌다. 오늘날 물질은 자연의 순환 리듬을 따르지 않는다. 생산-소비-폐기로 이어지는 인공의 질서, 즉 일직선으로 흐르다 ‘폐기’라는 단절을 만나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쓰레기가 생겨나고 처리되는 방식의 근본속성이다.
단절은 이후를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날 대다수 사람들이 별다른 생각 없이 쓰레기를 버리게 되는 이유다. 버릴 것들을 모아서 집 밖에 내놓으면 이 쓰레기는 눈에 보이지 않게 말끔히 치워진다. ‘완벽한’ 해결이다. 그러니 또 그냥 버린다. 물론 정해진 방식과 절차와 체계에 따라 별도의 장소로 옮겨져 처리되지만, 그런다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아니다. 본질적으로 쓰레기는 완벽하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가 한반도 면적의 7배에 이른다는 북태평양의 ‘플라스틱 섬’이다.
이것은 물론 진짜 섬이 아니다. 바다 위를 떠돌아다니던 쓰레기들 이 해류의 영향으로 이곳에 한데 모여 만들어졌다. 여기에 모인 쓰레기의 80%가 육지에서 버려져 흘러온 것들인데, 이 가운데 90%가 플라스틱 폐기물들이다. ‘플라스틱 섬’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유다. 이 플라스틱 더미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잘게 부스러진다. 물고기를 비롯한 바다생물들은 이것을 먹이로 착각해서 먹을 때가 많다. 이렇게 바다생물의 몸속으로 들어간 미세 플라스틱은 그 생물에게만 해를 끼치는 게 아니다. 먹이사슬의 흐름을 따라 종국에는 사람들 식탁에까지 이른다. 내가 버린 쓰레기가 돌고 돌아 결국은 다시 나한테로 돌아오는 셈이다.
쓰레기 문제의 속성이 이러하다. 우리는 쓰레기를 내놓지 않고는 살 수 없고, 사람이 버린 쓰레기는 땅과 물을 오염시킨다. 이런 쓰레기가 갈수록 양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유해한 성분마저 많아지니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넘쳐나는 쓰레기를 어디에 버릴 곳조차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똥의 재활용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똥이 그냥 쓰레기로 버려짐으로써 발생하는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은 똥의 발생량 자체가 어마어마하다. 우리나라 성인은 하루에 평균 20Qg 정도의 똥을 눈다. 대체로 1년이면 자기 몸무게 안팎에 이르는 양이 된다고 한다. 물론 식사의 양이나 종류, 식습관 등에 따라 사람 마다 차이가 크다. 어떻든 평균수명을 80세라고 가정할 때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누는 똥은 무려 6톤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사람만 해도 이 정도에 이르는 양의 똥을 78억 인류 전체가 배출한다고 생각해보라. 이 대부분이 그냥 쓰레기로 버려지는 게 지금 현실이다. 안 그래도 심각하기 그지없는 쓰레기 문제, 환경오염 문제를 더욱 악 화시키는 주범 가운데 하나가 되는 것이다. 똥을 재활용한다면 환경 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pp. 19-22. p.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