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조너선 스위프트 - 2020 걸리버 여행기

이니샬라 2022. 10. 29. 19:14

제아무리 큰 공헌을 세웠더라도 황제의 야망을 채우는 일을 거부하면 어떤 인정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p. 65.

그 다음에 만났을 때 국왕은 내가 들려준 이야기를 요약하고, 또 그의 질문과 나의 답변을 서로 비교하더니 나를 손 위에 올려놓고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나는 아직도 그가 들려준 이야기와 그때의 표정과 태도가 잊혀지지 않는다.
“내 작은 친구 그릴드릭, 그대는 자신의 조국에 대해 아주 훌륭한 찬 사를 보냈네. 특히 무지와 태만, 부도덕이 입법자의 자격조건이며, 법을 악용하고 왜곡시키는 데만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자들이 법을 가장 잘 설명하고 해석하고 이용할 줄 안다는 것을 멋지게 증명했네. 그래, 그 제도들도 만들었을 당시에는 훌륭했겠지. 하지만 반은 부정부패로 빛이 바 랬고, 반은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이나 다름없더군. 그대가 하는 얘기를 듣고 있자니 그대의 조국에서는 어떤 지위건 덕망을 요구하지 않는 것 같네. 고결하고 유덕한 사람이 귀족이 되지 못하고, 신앙심과 학식 있는 성직자가 승진하지 못하고, 용감한 병사가 진급하지 못하고, 정직한 판사가 출세하지 못하고,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이 의원으로 선출되지 못하고, 지혜로운 자문관이 중용되지 못하고 있단 말이네. 그러나 삶의 대부분을 여행에 바친 그대는 조국의 악덕에 물들지 않았으리라 생각하네.
그대의 얘기와 내가 이끌어낸 대답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대의 동포들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세상을 기어 다니게 된 생명체 중에서 가장 해롭고 역겨운 해충이라는 결론을 나는 내릴 수밖에 없다네.”
pp. 168-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