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노부유키 - 2023 한국과 일본, 역사 인식의 간극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과거 중국인 대학교수에게 들었던 이야기 하나가 생각났다. 21세기를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일본과 중국 사이의 역사 인식을 둘러싼 불화가 표면화된 적이 있었다. 중국 각지에서 반일 시위와 폭동이 일어나 일본 자동차와 일본 자본의 상점들이 공격당했다. 폭동의 배경을 알고 싶어 중국인 연구자를 찾아다녔다. 그중 교육학자 한 명이 자신의 전공 분야 입장에서 이런 지적을 해주었다.
전후 일본 교직원 조합은 “제자를 다시 전쟁터에 보내지 말라”를 활동 슬로건으로 삼았다. 하지만 그런 슬로건을 내걸기 전에, “전쟁터에서 무슨 행동을 했는지” 제자들에게 왜 말하지 않았을까? 일본인들은 일본군이 중국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모른다. 뭔가 잘못한 것 같다는 애매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체험도 다음과 같이 말해줬다.
중국과 일본이 국교를 회복할 때, 과거에 나빴던 것은 일본 군국주의 지도자들이었고 일본 민중도 희생자였다고 배웠다. 1980년대 초에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한번은 도쿄 우에노에 벚꽃놀이를 갔다가 거기서 나이 남성 단체의 연회를 보았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로 짐작해볼 때 전우회 모임이었다. 내게 들려온 것은 자신들이 중국에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무용담이었다. 일본 민중은 희생자가 아닐 뿐 아니라 잘못했다는 자각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중국에서 배운 것과 실제 모습은 전혀 달랐다.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중국에서 배운 내용은 중국 민중에게 국교 회복을 납득시키기 위한 허구에 불과했다.
pp. 212-213.
대체로 국가의 명예나 국민의 신용은 기정사실을 사실로 인정하고 스스로 죄과를 광구民救하는 도덕적 용기를 지녀야 유지되거나 회복될 수 있다. 죄과가 국욕困辱이기보다는 죄과를 고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큰 국욕이다.
p. 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