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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환경

클라우스 퇴퍼, 프리데리케 바우어 - 2009 청소년을 위한 환경 교과서

by 이니샬라 2022. 8. 13.

히말라야 산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작은 왕국 부탄 사람들의 삶을 잠깐 들여다보자. 부탄은 진귀한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오래된 나무와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고, 불교적 삶의 지혜가 넘치는 나라이다. 가파른 암벽에는 많은 사원들이 둥지를 틀고 있고, 사람들이 명상을 하러 사원을 찾는다. 부탄 사람들에게 명상은 삶의 일부이다.
부탄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언젠가 한 농업연구소에서 수확량을 2배로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옥수수 품종을 개발했는데, 연구소 측은 이 옥수수 품종을 시험적으로 경작할 농부를 찾았다. 얼마 후 시험 경작에 응한 농부는 실제로 예전보다 2배나 많은 옥수수를 수확했다. 새 품종을 개발한 사람들의 기쁨은 컸다. 이대로만 가면 가난을 극복하는 것도 시간 문제일 것 같았다. 이듬해 파종할 시기가 되자 연구소 측은 다시 그 농부를 찾았다. 그러나 농부는 집에 없었다. 이웃에 물어보니 그 농부는 명상을 하러 산중의 사원에 들어갔다고 했다. 1년 동안 2년 먹을 것을 수확했으니 한 해는 명상과 불공으로 보내도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부탄의 왕도 이 농부와 생각이 같았다. 국민총생산(GNP), 즉 돈으로 환산되는 재화와 서비스 총액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국민총행복(GNH)을 높이는 것에 국가의 미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탄의 왕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돈이나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행복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비웃고, 오랫동안 세계와 담을 쌓고 살아온, 경쟁력이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뒤떨어진 작은 왕국의 괴팍한 생각쯤으로 치부해 버릴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만이다. 철저하게 자기중심주의에 빠진 오만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유지해 온 소비 중심의 생활방식을 하루빨리 바꾸어야 하는데도, 그런 오만함으로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심지어 그런 생활방식을 전 세계에 수출까지 하고 있으니 오만함을 넘어 어리석기까지 하다.
오늘날은 복지를 오로지 경제 수준, 즉 어떤 자동차를 타고, 어디로 휴가를 떠나고, 어떤 상표의 제품을 쓰고, 어떤 디자이너의 옷을 입느냐에 따라 판단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이런 세상에서는 경제성장만 내세울 뿐, 애정 어린 태도로 자연을 대하는 문화적 전통과 사회 규범도 함께 존중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동물과 식물의 다양한 종을 보호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구촌에 존재하는 인간 군락의 다양한 삶의 양태와 삶의 철학도 지켜져야 한다. 세계의 다양한 문화가 서구의 세계화에 희생되는 순간 세상은 더욱더 삭막하고 가난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pp. 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