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는 우리에게 소비를 줄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할 줄 아는 건 소비뿐이다. 우리가 사는 물건의 종류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예컨대 SUV 자동차 대신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사고, 비행기를 탈 때 탄소 상쇄권을 사는 것만으로는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본질적으로 기후 변화는 비교적 부유한 사람들에 의한 과도한 소비 때문에 빚어지는 위기다. 따라서 세계에서 가장 광적으로 소비에 열중하는 소비자들은 나머지 사람들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도록 소비를 대폭 줄여야만 한다.
우리는 <인간의 본성>이 문제라는 말을 흔히 듣지만, 문제는 인간의 본성에 있지 않다. 계속해서 물건을 사들이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본성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훨씬 적은 소비를 하면서도 행복하게 살았다(훨씬 더 큰 행복감을 느낄 때도 많았다). 문제는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는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데 있다.
후기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소비자로서 하는 선택을 통해 스스로를 창조하라고 가르친다. 쇼핑은 우리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공동체를 찾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법이 되었다. 따라서 지구의 부양 시스템에 과중한 부담을 주는 과도한 소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완전히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들은 것처럼, 이 말을 일종의 공격으로 이해할 수 있다. 환경 보호주의의 독창적인 제안 <덜 쓰고, 다시 쓰고, 재활용하자> 중에서 세 번째 항목인 재활용에만 유독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아마도 이런 요인 때문일 것이다.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수거함에 제대로 넣기만 한다면, 우리의 쇼핑은 언제까지나 이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나머지 두 가지 제안은 소비를 줄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이라서 결국 <도착 즉시 사망선고를 받았다.
pp. 168-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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