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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환경

김기범 - 2019 오늘도 녹색 이슈

by 이니샬라 2023. 8. 4.

 

우리나라 갯벌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자연유산이다. 서남해안에 펼쳐진 광활한 갯벌은 단순한 진흙밭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과 생태계 서비스를 품은 공간이다. 조수의 흐름을 조절하고, 어류와 조류의 산란장과 먹이터가 되며, 탄소를 저장하고 해안 침식을 막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가치를 우리는 일상에서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적으로도 갯벌은 몇몇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흔히 ‘세계 5대 갯벌’로 불리는 곳들에는 한국의 서남해안, 캐나다 동부 해안, 미국 조지아주 동부 해안, 유럽의 북해 연안, 그리고 아마존강 유역이 포함된다. 이들 지역은 생물다양성, 생산성, 그리고 지형적·지리적 특성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며, 해양생태계 보전의 관점에서 국제적으로 주목받아 왔다.

 

특히 한반도와 인접 국가들이 공유하는 황해 갯벌은 면적 면에서 세계적으로도 손꼽힌다. 우리나라 갯벌 면적은 대략 2,140제곱킬로미터로 추정되며, 북한의 갯벌은 약 2,300제곱킬로미터, 중국 황해 연안의 갯벌은 약 8,180제곱킬로미터에 이른다. 이 세 나라의 갯벌을 모두 합하면 황해 일대의 갯벌은 단일 해역으로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단순 비교로 보면, 유럽의 바덴해(와덴해) 갯벌 면적이 약 4,700제곱킬로미터인 점을 고려할 때, 황해 갯벌은 그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넓은 면적은 곧 다양한 서식지와 풍부한 생물자원을 담고 있다는 뜻이며, 동시에 인간 활동에 취약한 거대한 자연자산이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갯벌은 매립, 간척, 오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빠르게 훼손될 수 있다. 한 번 사라진 갯벌은 복원하기가 매우 어렵고, 복원하더라도 원래의 생태적 기능을 완전히 되살리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갯벌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왔다. 해안 개발과 경제적 이익을 우선하는 관점에서 갯벌은 종종 ‘쓸모없는 땅’으로 취급되었고, 그 결과 많은 지역에서 갯벌 면적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의 관점에서 갯벌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갯벌의 보전은 단지 자연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인간 사회의 안전과 번영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갯벌의 면적과 가치를 정확히 알리고, 교육과 정책을 통해 보전의 필요성을 사회 전반에 확산시켜야 한다. 지역 주민과 정부, 학계와 시민사회가 함께 협력해 지속가능한 이용 방안을 모색하고, 국제적 협력을 통해 황해 갯벌의 보전과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갯벌은 우리 세대만의 자산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결국 갯벌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이익만을 좇는 태도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생태적 가치와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을 우선하는 태도로 전환할 때 비로소 갯벌은 온전히 보호될 수 있다. 우리가 갯벌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고 행동할 때, 그곳은 다시금 풍요로운 생명의 터전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