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독교

백소영 - 2013 세상을 욕망하는 경건한 신자들

by 이니샬라 2020. 10. 3.

중세 말기 교회가 소유한 토지가 유럽 전체 땅의 3분의 1에 육박했다. 예수는 오래 전 제도 종교의 막판 끝을 보여주던 성전 중심 유대교를 향해 ‘어느 아비가 제집 드나드는 아들들한테 세금을 받더냐?’라며 비판했건만, 유대교라는 제도 종교를 개혁하며 나와 새로이 시작한 기독교도 노화되니 이 모양이었다. 신도 수에 프리미엄을 얹어 성당의 사제직을 사고파는 일이 빈번했다. 더 많은 지역교회 건물을 소유한 성직자일수록 벌어들이는 수입이 많을 터. 결국 요즘의 금융자본주의 세계에서 자고 나면 불어나는 투자수익을 주체할 길이 없어 어린 손자 손녀에게까지 부를 나누어 놓는 졸부들처럼, 중세 유럽에서 산다하는 귀족들은 한 사람이 성직을 서넛 중임하거나 예닐곱 먹은 집안 자식의 이름까지 명목상 사제로 걸어두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성직자를 급조하려다 보니 미사 집전이 가능한 정도의 초급 라틴어와 간단한 교리문답, 예배의식 정도만 익히고도 사제가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한마디로 다수 성직자들의 수준이 지적으로, 신앙적으로도 한심했다는 이야기다.

p. 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