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여정은 거대한 도약이 아니라 작은 발걸음들로 이루어진다. 악은 450볼트가 아니라 15볼트에서 시작된다. 한 걸음으로는 악이 구헌되지 않지만, 멀리 갈수록 돌아오기 어려워진다.
죄수들을 가스실로 몰아넣고 치클론Zyklon B(독일의 시안화합물계살충제 상표-옮긴이) 또는 일산화탄소 가스로 살해하기 오래전에, 나치는 독일 시민들을 포함한 특정한 표적들을 체계적이고 긴밀하게 청소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시작은 1930년대 초의 불임 프로그램이었다. 이것이 1930년대 말의 안락사 프로그램으로 진화했고, 여기서 얻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나치는 1941년까지 절멸 캠프에서 대량학살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었다. 건물 안에 죄수들을 대규모로 몰아넣고 가스로 질식시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당혹스러운 일이지만, 밀그램의 실험이 보여주었듯이 목표로 가는 단계들이 작고 점층적일 때는 사람들은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으며 때로는 어렵지 않게 수행한다. 수만 명의 ‘열등한’ 독일인들을 살해한 이후에는, 유대인 집단을 모조리 없애는 것이 더 이상 상상할 수 없는 일,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악마로 낙인찍고, 내쫓고, 불임으로 만들고, 추방하고, 때리고, 고문하고, 안락사시키는 데 익숙해지면 집단 학살로 가는 발걸음은 그다지 큰 도약이 아니다.
p. 45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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