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다음 세대를 이롭게 하고자
나무를 심고 있다
고상한 학자들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두도록 하자. 이제 사비니족의 들판을 휘젓고 다니던 로마 농부들과 나의 친구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그들은 들판에 씨를 뿌리고 곡식을 수확하고 저장하는 중요한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절대로 자리를 뜨는 법이 없다.
물론 앞으로 1년도 채 못 살고 세상을 떠날 거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매년 농사에 최선을 다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리 놀라울 일이 없다. 하지만 정말 놀라운 것은 본인에게 아무런 이익을 주지 않을 일에도 최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이다. 결국 다음 세대를 이롭게 하기 위해서 나무를 심고 있는 것이다.
19 소중한 그 무엇인가를
후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우리의 시인 카이킬리우스 스타티우스는 희극 <죽마고우>
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나이가 지긋한 농부에게 무엇을 위해 들판에 씨를 뿌리느냐고 묻자 그는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이렇게 답했다. "전지전능한 신들이 바라는 것이니까요. 조상님이 물려주신 소중한 곡식을 제가 후손들에게 그대로 물려주기를 바라고 계실 테니까요."
33 노년기의 원숙은
자연의 섭리다
인생은 정해져 있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서 단 한 번 정해진 길을 가야만 한다. 그리고 인생의 매 단계마다 정해진 특성이 있게 마련이다. 유년기에는 나약하고 청년기에는 활기가 넘치며, 중년기에 접어들면 위엄을 갖추고, 노년기에는 원숙해진다.
이러한 특성들은 마치 제철이 되어야만 그 열매를 거두어들일 수 있는 자연의 섭리와도 같다.
36 모든 노인이 아닌
경솔한 노인들이 문제다
시인인 카이킬리우스 스타티우스는 귀가 제대로 들리지 않고 건망증이 심하며 매사에 의욕이 없는 노인들을 두고 늙고 어리석은 시기에 접어든 노인들이라고 불렀다. 이는 노년기에 접어든 노인들을 통틀어 표현했다기보다 항상 꾸벅꾸벅 졸기 일쑤인 게으르고 나태한 노인들의 약점을 꼬집은 것이다. 쉽게 화를 내고 무례한 태도가 모든 젊은이들을 칭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불량한 젊은이들의 특징인 것처럼, 노망에 걸려 멍청하게 행동하는 태도 역시 모든 노인이 아닌 경솔하기 짝이 없는 노인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37 늙어서도 젊게 살면
정신적으로 늙지 않는다.
노년기란 오히려 존경받아야 할 시기다. 나이가 들어도 스스로를 방어하고, 자신의 권리를 찾고,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으며,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까지 본인의 영역을 사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노인의 기질을 가진 젊은이들도 좋아하고 반대로 젊은이의 기질을 가진 노인들도 좋아하는 편이다. 만약 늙어서도 젊게 살고자 한다면 비록 육체는 노쇠했지만 정신적
으로는 늙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41 쾌락이 너무 강력하면
정신적인 광채는 꺼져버린다
젊은 친구들이여, 가장 위대하고 저명한 인물 중 최고로 꼽히는 타렌툼의 철학자 아르퀴타스의 연설을 기억하라. 나는 타렌툼에서 퀸투스 막시무스와 함께 복무하던 청년 시절, 그의 연설에 대해 전해 들은 바 있다. "자연이 인간에게 준 역병 중에서 쾌락보다 치명적인 것은 없다. 인간은 쾌락을 충족하기 위해서 점점 탐욕스러워지고, 한순간 맹목적으로 쾌락을 추구하게 마련이다."
쾌락 때문에 조국을 배신하고 한 나라가 전복되며, 적군과 은밀히 내통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쾌락을 추구하도록 만드는 본능적 욕망 때문에 인간은 온갖 범죄나 악행을 저지른다. 실제로 납치와 강간 같은 온갖 범죄들은 쾌락을 추구하고 싶은 유혹을 이기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진다. 자연 혹은 전지전능한 신은 인간에게 정신보다 더욱 숭고한 것은 주지 않았다. 그 숭고한 선물인 정신에 가장 큰 해악을 끼치는 것이 바로 이 쾌락이라는 녀석이다.
일단 욕망의 지배를 받으면 자제심은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쾌락의 영역에서는 절대로 미덕이 존재할 수 없는 법이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서 가장 짜릿한 쾌락에 심취해 있는 한 사람을 상상해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누구라도 쾌락에 빠져 있을 때는 이성과 판단력을 요구하는 그 어면 작업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쾌락보다 더욱 추악한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쾌락이 너무 강력하고 오랜 시간 지속될 경우 정신적인 광채는 완전히 꺼져버리고 말 것이다.
pp. 50-51, 75, 78-79, 8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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