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콕의 부대는 스와포 게릴라들의 배낭을 수색하였다. 이러한 수색에서는 통상 군 장비들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당시 수색에서는 성경이 발견되었고, 이에 드콕은 크게 놀랐다. 발견된 성경은 페이지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 성경을 훑어 보니 한 장 한 장 잘 넘긴 흔적이 보였습니다. 선생도 보면 알 수 있었을 겁니다. 그냥 배낭에 처박혀 있던 게 아니었단 말이죠. 누군가 그 성경을 꾸준히 읽고 있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놀랐나요?”라고 내가 물었다.
“우리가 공산주의자라고, 우리의 적이며 반그리스도교의 화신이라고 여겼던 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십중팔구 그날 아침 적이 너희 손에 넘어가리라는 똑같은 성경 구절을 읽었을지도 모르는 스와포 사람이 거기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신은 누구의 편일까요?
지금까지도 여전히 멍한 기분입니다. 저는 그 배낭에서 마오쩌둥 어록이나 레닌이 쓴 요약본 같은 책을 발견하리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가 배낭에 넣고 다녔던 것과 똑같은 성경을 갖고 있었습니다······.” 드콕의 목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그러고는 그 사건이 16년 전에 일어났다고 믿기에 너무도 생생한 것처럼 다소 놀란 듯 보였다.
드콕은 ‘적’의 가방에서 무언가 놀란 만한 것을 발견하지 못한 채 성경만 발견한 사실에 대해 여전히 믿기 어려워했다. 양 진영이 같은 신앙을 공유한 가운데 많은 전쟁이 치러지고 있었다. 왜 드콕은 이러한 일을 그토록 충격적으로 받아들였을까? 나는 그때가 드콕이 도덕적 딜레마에 직면한 자신을 발견한 시기가 아니었는지 궁금했다. 아니면 그 사건이 자신의 폭력적 열정을 유지하게 했던 명분에 금이 가게 만든 것은 아닌지…….
pp, 148-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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