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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품라 고보도 마디키젤라 - 2017 그날 밤 한 인간이 죽었다

by 이니샬라 2025. 4. 18.

 

그날 밤, 한 인간이 죽었다.

 

밤은 조용했고, 손전등 불빛만이 어둠을 가르고 있었다. 드콕의 부대가 게릴라의 배낭을 뒤지던 중, 낡은 성경 한 권이 나왔다. 겉은 닳고 페이지는 반질반질해져 있었다. 누군가가 자주 넘겨 읽은 흔적이 분명했다. 그 책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누군가의 일상과 위로가 담긴 것이었다.

 

드콕은 그 성경을 보고 놀랐다. 그는 적을 이념으로만 생각해 왔다. 적은 공산주의자였고, 우리와 다른 사람들로 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배낭 속에는 우리와 같은 성경이 있었다. 같은 구절을 읽었을지도 모를 사람이 있었다는 생각은 드콕의 마음을 흔들었다.

 

전쟁은 사람들을 나누고, 서로를 적으로 만든다. 적을 규정하면 싸움은 쉬워진다. 그러나 한 권의 책이 그 규정을 무너뜨렸다. 성경의 닳은 페이지는 그 사람이 믿음으로 하루를 버텼고, 두려움 속에서 위로를 찾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전투의 이유와는 다른, 더 개인적인 삶의 흔적이었다.

 

드콕의 충격은 단순한 놀람이 아니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었던 이유들에 금이 가는 것을 느꼈다. 적을 향해 쏜 총알이, 어쩌면 같은 기도를 읽던 사람을 향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를 멈추게 했다. 그 멈춤은 죄책감일 수도, 회상의 시작일 수도 있다.

 

16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장면은 드콕의 기억 속에 선명하다. 전쟁의 경험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한 번 겪은 일은 사람의 일부가 되어 오래 남는다. 성경 한 권이 남긴 여운은 드콕의 마음에 깊이 박혀, 그가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를 다시 묻게 만든다.

 

이 이야기는 종교가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보여준다. 같은 책이 양쪽 모두에게 위로가 될 수 있고, 때로는 싸움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같은 구절을 읽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편에 서 있다는 사실은 전쟁의 단순한 선악 구도를 흔든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장면이다. 슬픈 것은 이미 많은 것이 파괴되었다는 사실이다. 아름다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사이에 남아 있는 작은 연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