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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전현진 - 2024 뽕의 계보 - 정강봉부터 텔레그램까지 히로뽕 유통왕 이야기

by 이니샬라 2026. 1. 29.

 

전현진의 책은 히로뽕의 유통과 확산을 시간 순으로 정리한 기록이다. 저자는 사건을 자극적으로 꾸미지 않고, 유통망의 구조와 사회적 배경을 중심으로 차분하게 설명한다. 이 책은 누가 약을 만들고 팔았는지보다, 왜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를 묻는 데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책은 크게 세 시기로 나뉜다. 첫째는 지역 중심의 소규모 거래가 주를 이룬 초기다. 이때는 사람들끼리 직접 만나 거래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둘째는 조직화와 규모화의 시기다. 밀수와 조직적 유통이 늘어나면서 거래 범위가 넓어졌고, 단속과의 충돌도 잦아졌다. 셋째는 디지털 전환기다. 인터넷과 암호화된 플랫폼의 등장으로 거래 방식이 빠르고 은밀해졌다.

 

저자는 유통에 관여한 사람들을 단순한 악인으로만 보지 않는다. 경제적 어려움, 일자리 부족, 지역 사회의 취약성 같은 구조적 요인이 유통을 키운 배경으로 제시된다. 개인의 선택뿐 아니라 사회적 조건이 함께 작용했음을 보여 주려는 시도다. 이런 관점은 문제를 처벌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피해자와 지역사회의 목소리도 중요한 축을 이룬다. 중독자와 그 가족, 이웃들이 겪는 현실을 통해 예방과 치료의 필요성이 반복해서 제기된다. 저자는 재활과 사회적 안전망 확충이 단속과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처벌 중심의 접근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점을 여러 사례로 뒷받침한다.

 

디지털 시대의 변화는 수사와 정책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익명성은 거래를 숨기게 하지만, 동시에 기록과 단서를 남기기도 한다. 따라서 수사 기법과 국제 공조, 기술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기술의 이중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태도가 책 전반에 흐른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사실과 분석을 바탕으로 문제의 원인을 구조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충격적인 사건을 나열하기보다 반복되는 패턴과 제도의 빈틈을 보여 주며, 현실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약물 문제를 사회적 현상으로 읽고자 한다면 이 책의 좋은 입문서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