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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꽃님 - 2021 죽이고 싶은 아이

by 이니샬라 2023. 9. 9.

 

이 소설은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진술이 서로 충돌하는 과정을 통해 진실과 믿음 사이의 큰 간격을 보여준다. 사건 당사자는 자신이 결백하다고 여러 번 주장하지만, 그 목소리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 고통스러운 경험은 작품 전체에 걸쳐 차갑고 날카로운 통찰로 이어진다. “세상은 듣고 싶은 대로만 듣는구나.”라는 깨달음은 단순한 문장을 넘어 무게 있게 다가온다. 아무리 누군가가 백 번, 천 번 외쳐도 사람들은 결국 자신이 믿고 싶은 이야기만 골라 듣는다는 사실이 소설 전반에 반복된다.

 

이야기는 여러 인물의 증언을 교차해 보여준다. 같은 장면도 증언자에 따라 다르게 재구성된다. 작은 기억의 차이들이 쌓여 사건의 의미를 바꿔 놓는다. 주인공은 기억의 빈칸 속에서 어느새 용의자로 지목된다. 주변의 말과 사회적 판단이 그녀의 현실을 대신 규정해 버린다. 이런 구성은 독자로 하여금 사실 자체보다 누가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느냐가 더 큰 힘을 가진다는 것을 절감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선택한다. 편견과 불안, 자기방어와 연민이 섞인 진술들은 진실을 가리거나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꿔 놓는다. 주인공의 반복된 항변은 단순한 무죄 주장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적 불신 속에서 개인이 겪는 깊은 고립을 드러낸다. 우리는 그 항변을 통해 개인의 진실이 어떻게 무력해지는지를 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취약성과 관계의 복잡성을 마주한다.

 

소설에서는 진실을 말한다고 해서 곧바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냉혹한 현실을 그린다. 기억의 불완전성과 책임의 모호성, 공동체의 판단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 또한 읽는 이로 하여금 사건의 결말보다 그 결말을 둘러싼 사람들의 태도와 선택을 기억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