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제는 태자의 성격이 약하고 무능하다고 판단했지만, 태자의 어머니인 허씨와의 오랜 정 때문에 태자를 바꾸지 못했다. 결국 유상은 황제가 되었고, 즉위한 뒤에는 누가 충신이고 누가 간신인지 가려내지 못했다. 그 결과 간사한 자들이 요직을 차지했고 대신들 사이에는 끝없는 싸움과 분열이 일어났다. 나라의 중심이 흔들리자 외적·내적 위기가 겹쳐 조정은 깊은 혼란에 빠졌다.
지도자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면 능력보다 친분이나 아부가 우선되는 인사가 이루어지고, 그로 인해 조직 전체가 약해진다. 어리석음은 한 번의 실수로 끝나지 않는다. 잘못된 인사가 쌓이면 조직의 정보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가 왜곡되고, 결국 더 큰 실책을 낳게 된다.
간신이 득세하는 과정은 몇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권력이 한곳에 집중되면 그 주변에는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비판을 억압하는 문화에서는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사라진다. 리더 자신이 자신의 편향을 인식하지 못하면 잘못된 정보만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조건들이 겹치면 소인배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조직은 내부 갈등으로 분열한다.
이 문제는 고대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현대의 기업이나 정치 조직에서도 능력보다 충성, 성과보다 친분을 중시하는 인사 관행이 존재한다. 그런 조직은 단기적으로는 안정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혁신과 문제 해결 능력을 잃고 위기에 취약해진다. 역사적 사례에서 얻은 교훈은 오늘날 조직 운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해결책은 개인의 덕목을 강조하는 것과 제도적 장치를 함께 마련하는 데 있다. 인사 기준을 명확히 하고 능력과 윤리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권한을 분산시키고 독립적인 견제 장치를 두어 한 사람의 판단이 조직 전체를 좌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조직 문화 차원에서 건설적 비판을 장려하고 실패를 숨기지 않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결국 어리석음은 개인의 결함이자 제도와 문화의 실패다. 간신의 득세를 막으려면 리더의 자기성찰과 더불어 객관적인 인사 제도, 권력에 대한 합리적 견제, 비판을 수용하는 조직 문화가 함께 작동해야 조직은 더 건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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