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고든은 맹목적 위인전이나 근거 없는 비판을 배제하고 16세기 역사적 사료에 근거해 장 칼뱅의 탁월한 지성과 반대자들을 향한 격한 분노, 타협 없는 완고함 등 인간적 결함과 고뇌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칼뱅은 프랑스 북부 누아용의 서민 및 신흥 부르주아 가문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가 경제적 성공을 원했기에 신학에서 법학으로 진로를 바꾸었다. 그는 정식 스콜라 신학 학위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오를레앙과 부르주 대학에서 습득한 인문학적 소양과 법학 훈련을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교부 저술과 성경 원문을 파고들어 신학적 기틀을 다졌다. 에라스무스, 뷔데, 르페브르 등 석학들의 영향을 받았으며, 세네카의 《관용론》 주석을 1532년 자비로 출간하여 학계에 이름을 알리고 통치자의 관용과 법의 용도를 고민했다.
1533년 가을 내적 회심을 경험한 뒤 친구 니콜라 콥의 파리 대학 학장 취임 연설문 작성에 관여했다. 복음주의적 칭의론이 담긴 이 연설로 체포 영장이 발부되자 파리를 탈출해 앙굴렘 등에서 은거했다. 성직을 포기하고 1534년 '벽보 사건'으로 박해가 격화되자 스위스 바젤로 망명했다.
바젤에서 망명 생활을 하던 20대 중반에 핍박받는 프랑스 복음주의 형제들을 변호하기 위해 《기독교강요》 초판을 출간했다. 그는 개인의 안위 대신 진리 수호와 교회를 위해 남은 평생을 성경 연구와 신학 저술에 바치기로 결심했으며, 이 책을 통해 유럽 프로테스탄트의 핵심 사상가로 부상했다.
1536년 전쟁을 피해 제네바를 지나던 중 개혁가 기욤 파렐의 강력한 압박을 받아 제네바에 남게 되었다. 성 피에르 대성당의 성경 교사로 시작해 설교자로 사역하며 초기에는 이름도 회의록에 제대로 오르지 못하다가 1537년에야 정식 급료를 받았다. 그러나 엄격한 교회 규율과 출교권, 신앙고백 맹세 강요 및 베른식 예전 도입 문제로 시민층 및 시의회와 갈등을 겪다 1538년 추방당했다.
추방 후 마르틴 부처의 초청으로 스트라스부르에 정착해 프랑스 피난민 교회를 목회했다. 부처로부터 목회적 배려와 교회 치리를 배웠고, 《기독교강요》 확장판과 《로마서 주석》 출간, 이돌레트 드 뷔르와의 결혼, 사돌레토 추기경의 편지에 대한 답신 집필을 통해 성숙한 목회자이자 신학자로 거듭났다.
제네바의 혼란과 재초청으로 1541년 복귀하여 〈교회 법령〉을 제정했다. 직분을 목사, 교사, 장로, 집사로 구분하고 목사와 장로로 구성된 치리회인 '컨시스토리'를 세워 시민들의 신앙과 도덕을 엄격히 감시했다. 칼뱅은 교회의 영적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출교권이 시의회의 권한이 아닌 컨시스토리의 고유 권한이어야 함을 주장하며 정치 세력과 대립했다.
토착 가문과 자유주의 세력의 정치적 도전, 그리고 아내와 아들의 죽음이라는 시련 속에서도 저술을 이어갔다. 1549년에는 불링거와 〈취리히 협약〉을 맺어 츠빙글리파와 칼뱅파의 성찬론 차이를 극복하고 스위스 개혁파 교회의 신학적 단일 대오를 형성했다.
1553년 삼위일체 교리를 부정해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양측 모두에게 이단으로 지목된 미카엘 세르베투스가 제네바에서 체포되었다. 칼뱅은 검찰 측 신학 고발자로 나섰고 시의회의 판결로 세르베투스는 화형당했다. 이 사건은 칼뱅의 제네바 내 입지를 강화했으나, 이후 이단 처벌과 양심의 자유에 관한 거센 논쟁을 낳았다.
1555년 반대파가 몰락하면서 정치적 반대가 완전히 소멸했고 시의회는 컨시스토리의 독자적 출교권을 인정했다. 1559년 테오도르 드 베자를 영입해 제네바 아카데미를 설립하여 유럽 전역에 개혁파 인재를 배출하는 지적 거점을 마련했으며, 같은 해 총 4권 80장으로 구성된 《기독교강요》 라틴어 최종판을 출간하며 개혁파 신학 체계를 확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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