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올더스 헉슬리 - 2016 원숭이와 본질

by 이니샬라 2020. 10. 1.

사랑은 두려움을 쫒아내고, 두려움은 사랑을 쫒아낸다. 물론 사랑만 내치는 것은 아니다. 두려움은 지성을 내몰고 선을 제거하며 미와 진리에 대한 사상을 죄다 몰아낸다. 익살스럽겠지만 무덤덤한 좌절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잔인성과 동정심은 염색체에 녹아있다. 모든 인류는 자비스럽지만, 살인마이기도 하다. 개를 애지중지하면서도 다하우-독일 뮌헨 부근에 있는 도시로 나치의 강제 포로수용소가 있던 곳-를 건설하고, 온 도시를 포격하면서도 고아를 사랑하고, 린치에 항거하면서도 오크리지-미국 테네시 주 동부의 원자력 연구의 중심지-는 찬성하고, 훗날엔 박애정신이 가득하겠지만 지금은 엔카바데-KGB의 전신-의 편에 선다.

누구는 처형하고, 누구에게는 동정을 느끼는가? 이게 다 즉흥적인 관행이나 펄프에 적힌 글귀나, 라디오에서 떠드는 소리나 공산화된 유치원이나 첫 영성체가 결정하는 것이다. 자신의 본질을 아는 자만이 숱한 원숭이가 되진 않았다.

 

그 일이 벌어지기 1.5세기 전에 그들이 자행했던 짓을 한번 떠올려 보시오. 강은 썩히고, 야생동물은 떼거리로 죽이고, 삼림은 파괴하고, 표토는 바다로 쓸어버리고, 석유는 다량 태우고, 지질시대에 비축해둔 지하자원은 흥청망청 써대지 않았소. 저능한 범죄자의 난잡한 추태인데, 저들은 이를 진보라 포장하더이다. 진보 말이오.

p. 55, 79-80, 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