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시프리언스가 우리에게 부과한 다양한 종교적, 도덕적, 사회적, 지적 규율들은 그 속내를 따져보면 모순투성이였다. 근본적으로는 19세기의 금욕주의 전통과 1914년 이전 시대를 지배한 사치 풍조와 속물근성 사이의 충돌이었다. 한편에는 저교회파(low church. 영국 성공회의 한 분파로 의식이나 형식보다 개인적 신앙과 복 음을 중시한다.)의 성서 중심 기독교, 성스러운 청교도주의, 근면 성실에 대한 강조, 학업 성취에 대한 존중, 방종에 대한 배격이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공부 머리’ 비하, 운동경기 숭상, 외국인과 노동계급에 대한 멸시, 빈곤에 대한 거의 신경증적 공포, 그리고 무엇보다 돈과 특권이 제일이며, 이왕이면 그것들을 스스로 이루는 것보다는 물려받는 게 최고라는 전제가 있었다. 뭉뚱그려 말해서 기독교인으로 살면서 동시에 사회적으로 출세하라는 이율 배반적인 명령이었다.
p.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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