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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G. K. 체스터턴 - 2020 영원한 사람

by 이니샬라 2022. 7. 27.

특히 기독교 신자인 경우 우리는 신앙의 권태에서 생기는 편향 된 관점에 대해 반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독교의 진리는 사람들에게 이미 익숙해져서 그것을 생생하게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타락한 사람들에게는 익숙함이 권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만약 그리스도에 대한 초자연적 이야기를 중국의 어떤 영웅의 이야기로 글자 그대로 옮겨 전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아들 대신 천자(天子)라 부르고, 그리스도의 후광을 표현할 때도 오래된 가톨릭 성화처럼 금박으로 꾸미지 않고 중국식 자수처럼 금색 실로 수놓거나 중국 도자기에 금색으로 무늬를 입히듯 그려낸다면? 그러면 사람들은 이 영웅 이야기에 종교적 순수성이 있다며 입을 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누구도 영웅이 다른 사람의 죄를 위해 죽은 게 옳지 않다거나 영웅의 죽음으로 인류가 대신 구원받는다는 게 이치에 맞지 않다며 고개를 젓지 않을 테고, 죄의 무게가 터무니없이 과장되었다거나 자연법칙을 깨뜨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도 않을 것이다. 어떤 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용들을 물리치고, 자기의 죄와 어리석음 때문에 파멸로 치닫는 악인들을 구원했으니 우리는 그 중국식 기사도에 경의를 표해야 마땅하다. 또 인간의 모든 불완전성이 정말 긴급한 문제임을 인식하는 중국의 인생관의 섬세한 통찰력에 감탄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법보다 더 높은 우주의 법칙이 있다고 말한 중국의 심오하고 탁월한 지혜에 감동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인도의 평범한 주술사들이 찾아와서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말할 때마다 믿고 받아들이니까. 만약 기독교가 동양의 새로운 유행이었다면, 동양의 오랜 종교라는 이유로 공격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pp. 2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