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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나오미 클라인 - 2021 자본주의는 어떻게 재난을 먹고 괴물이 되는가

by 이니샬라 2022. 11. 12.

 

나오미 클라인은 재난을 단순한 불운이나 우연한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 재난은 사회적 혼란과 공포를 만들어내고, 그 상태를 이용해 권력과 자본이 자신들이 원하던 구조적 변화를 빠르게 밀어붙이는 기회가 된다고 본다. 재난이 닥치면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저항 능력은 약해지며, 그 틈을 타 급진적인 시장화 정책이나 공공 자산의 민영화, 규제 완화 같은 조치들이 신속하게 도입된다. 이런 변화는 보통 민주적 논의나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이루어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권력과 자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회 구조가 재편된다.

 

특히 클라인은 억압과 폭력이 재난을 이용한 전환의 한 부분으로 작동한다고 지적한다. 가장 강하게 반대하던 사람들부터 제거하거나 배제함으로써 실제로 정책 실행의 걸림돌을 없애고, 그런 처벌이나 실종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경고가 된다. 즉, 표적 제거는 단순한 물리적 제거를 넘어서 정치적 위협을 사전에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본서는 여러 역사적 사례를 통해 이 패턴이 반복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전쟁, 자연재해, 경제 위기 등 다양한 ‘충격’ 상황에서 비슷한 방식의 정책 전환이 일어났고, 국제기구와 다국적 기업이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았다. 재난을 명분으로 공공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민간에 넘기고, 노동권과 사회 안전망을 약화시키는 조치들이 어떻게 정당화되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누구에게 이득이 돌아가는지를 차분히 추적한다.

 

결론적으로 클라인은 재난을 단순히 복구의 문제로만 보지 말고, 그 뒤에서 일어나는 정치경제적 재편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재난 상황에서 제안되는 ‘빠른 해결책’들이 실제로는 장기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재난 대응은 투명한 민주적 절차와 공공성 회복, 사회적 연대를 중심에 두고 설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