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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분석

앨런 프랜시스 - 2014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by 이니샬라 2021. 2. 28.

느슨한 진단은 전국적으로 의약품 과다 복용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인의 6퍼센트는 처방약에 중독되었다. 요즘은 불법 마약보다 합법 처방약 때문에 응급실에 실려 오거나 죽는 사례가 더 많다. 의약품이 함부로 사용될 때, 제약 회사는 마약 카르텔만큼 위험한 존재가 된다. 그 사실을 잘 보여주는 예가 있다. 2005년 이래 미국의 현역 군인들에 대한 향정신성 의약품 처방은 무려 여덟 배로 늘었다. 11만 명이라는 엄청난 수의 군인들이 적어도 한 가지 향정신성 의약품을 복용하고, 더 많은 수가 한 종류 이상을 복용하며, 과다 복용 사고로 죽는 수가 매년 수백 명이다.
p. 17.

실용적인 공리주의자의 입장에는 불확실성이 따른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더구나 위험한 가치들의 지뢰밭을 통과해야 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은 글로 썼을 때는 좋아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과연 그 양을 어떻게 측정할 것이며 무엇이 행복인지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요즘 공리주의가 제일 인기 없는 나라가 독일이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히틀러가 공리주의에게 영구적인 오명을 안긴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독일 사람들은 이전이나 이후에는 단연코 야만 행위로 간주될 법한 행동을 저질러도 통계적으로 버젓이 정상이었다. 당시에는 그런 행동이 지배 민족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행동이라고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정당화 되었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나마 통계적 ‘정상’(발생 빈도에 기반한 평가) 이 명령적 ‘정상’(세상이 앞으로 갖춰야 할 모습, 혹은 관습적으로 취해 온 모습) 을 찍어 누를 수 있는 것이다.
p.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