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없는 악은 의미가 없다. 악이 악다워지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권력이든 물리적 폭력이든 재력이든, 지식이나 기술 혹은 특수한 재능이든 상대를 강제하거나 마비시킬 수 있는 힘을 지녀야만 악은 악답게 자랄 수가 있다.
힘을 가지고 자라난 악은 또 나름의 성숙을 지향한다. 악이 공격성을 드러내면 사회의 대응도 적극적이 되어 분쇄 혹은 절멸의 의지로 나타나지만, 그 같은 사회의 대응을 견뎌낸 악은 보다 강한 내성을 얻어 더욱 굳건히 자라가며, 자신을 분석(粉飾)할 탈을 세련시킨다.
어쩡쩡한 회개와 함께 선의 하늘로 흐물흐물 녹아버리는 악이야말로 가장 죄 많은 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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