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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스탠리 하우어워스 외 - 2022 스탠리 하우어워스와의 대화, 신앙이 의미를 잃은 세상에서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법

by 이니샬라 2023. 6. 3.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우리가 신앙을 말할 때 단지 옳고 그름을 따지는 논리적 논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신앙적 입장은 삶의 방식으로 드러나야 하고, 그 입장을 택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결과들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비폭력과 정전론(Just War)의 논쟁을 통해 그는 모든 도덕적 선택이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고통과 연결될 수밖에 없음을 상기시킨다.

 

비폭력은 예수의 삶과 십자가를 본받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비폭력을 선택하는 사람은 폭력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어떤 상황에서는 타인을 즉시 구하지 못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누군가가 고통받는 장면을 목격해야 할 수도 있다. 하우어워스는 이런 가능성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오히려 비폭력의 신념을 가진 사람은 그 감수의 이유를 분명히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이유는 단순한 이상주의나 개인적 감정이 아니라 신앙의 깊은 언어로 설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정전론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책임을 져야 한다. 전쟁을 정당화하는 이론은 전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무고한 피해와 고통을 어떻게 신학적으로, 윤리적으로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요구한다. 만약 전쟁이 어떤 경우에 정당하다고 믿는다면, 그 믿음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를 감수할 이유가 충분히 무겁고 설득력 있어야 한다. 하우어워스는 그 설득력이 단지 정치적 계산이나 실용적 판단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그리스도론적 관점에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 보면 비폭력과 정전론은 표면적으로는 정반대의 입장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윤리적 부담을 공유한다. 둘 다 자신의 신념이 타인의 고통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태도를 요구한다. 중요한 차이는 어떤 방식으로 그 책임을 정당화하고 설명하느냐에 있다. 하우어워스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공적 영역에서 말할 때, 단순한 이론적 논증을 넘어서 삶의 증언과 신학적 설명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실천적 측면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태도를 권한다. 첫째, 자신의 입장이 초래할 수 있는 피해를 솔직히 인정하라. 둘째, 그 입장을 지지하는 이유를 신앙의 언어로 분명히 표현하라. 셋째, 상대의 입장에 대해 질문을 던질 때는 책임을 묻되 인격을 공격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화하라. 예컨대 비폭력 지지자에게는 “당신의 신념이 누군가의 고통을 감수하는 것임을 어떻게 신앙적으로 설명하겠는가”라고 묻고, 정전론 지지자에게는 “전쟁으로 인한 무고한 피해를 어떻게 신학적으로 책임질 것인가”라고 묻는 식이다. 이런 질문은 단순한 논쟁을 넘어서 서로의 신념이 실제 삶에서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함께 고민하게 한다.